서해안
이근배
무수한 시간들이 밀려와서 부서지고 부서진다.
바다가 우는 것이라고 보면 우는 것이고
아득하다고 하면 하늘 끝은 아득하기만 할 뿐이다.
억새풀아, 억새풀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바다의 무엇이 그리운 것이냐.
밀물로 와서 주는 말
썰물로 가면서 남기는 말
모래톱은 씻기 우면서 살 부비면서 쌓이고,
지나가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한순간을 보일 뿐인 서해낙일(西海落日)
타는 숯덩이 같은 해를 바다가 삼킬 때,
세상의 적막이 다시 끓어오르는
외로움의 끝, 끝에서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