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 / 손미헌  

줄은
언제부턴가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마주 보며 다정하게 주고받던
시선은 간 데 없고
단풍으로 물드는 풍경에도
힘껏 당기는 그네들의 외줄타기에
온몸을 떨고 있었지
작은 등불이지만 당당했던 시간들
온 세상 내 것이라
가슴 벅차했던 나날은
먼지 가득한 어느 상자 속 앨범 안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걸까
나뭇잎이 흔들려도
든든한 뿌리가 있어
바라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당겨진 줄은
순간의 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뛰쳐나간 나뭇잎
감싸 안은 호숫가
시선이 흔들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