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권용태

지새는 바람, 헐어 버리고 싶은 충동에 못이겨

또 다듬어지는 가슴 한복판에다 못 하나를 박아놓고,

왼통 가로(假路)를 광인(狂人)처럼 달려보는 것은

 아무래도 신바람에 못이긴  바람, 그 바람과 언제고 영영

버려 둘 수 없는 무수한 초인(招人)을 위하여 멋드러진

동상(銅像)을 조각하기 위함인가.

 

내일이면 홀연히 맞이하는 바람, 서성거리고 싶은

가두(街頭)에서, 다 찢기어 가는 기폭(旗幅) 을 펄럭이며

한 해, 두 해 꽃눈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불꽃 바다의 노을처럼 서러운 것이 아닌가.

 

어디에선가, 묵묵히 지키고 섰는 바람아,

물방울처럼 금붕어의 입거품에 드나드는 미소를

머금고 또 허물어 가는 벽(壁) 속에서 가느다란 숨소리가 들린다.

 

어떤것은 분홍꽃,

네온싸인의 마네킹이 아닌가.

춤을 출 적마다 바람은 울었다.

기러기도  비둘기도 없는 새장에서......

 

 

 

假(거짓가)路(길로),  狂(미칠광)人(사람인), 招(부를초)人(사람인)

銅(구리동)像(형상상), 街(거리가)頭(머리두), 旗(기기)幅(폭폭), 壁(바람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