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풍에게

                                                          권용태

남풍은

누구의 계시도 없이

살아날 파도 속에 묻혀

하늘빛 치마폭에 쌓인 채

떠나간 구름의 그림자가 아닌가.

 

남풍은

밤의 창틀 속에 갇혀

달아날 하구를 잃고

서성대는

사랑 같은 그런 속삭임이 아닌가.

 

남풍은

다시는 되살아 올 수 없는

마네킹의

그림자와도 같은 기억 속에서

모든 여인들의 가슴을

적시고 간

그런 눈물이 아닌가.

 

남풍은

전쟁이 스쳐간

성벽 속에 파랗게 돋아난

생명의 잎새를 따라

울고 섰는

감미로운 그런 음악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