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푸른 여자

                                                                                신달자

바다를 건너 왔지


바다에서 바다로 청남 빛 갈매 속살에 짖이겨지면서

그 푸른 광야를 헤엄쳐 왔지

허연 이빨 앙다문 파도가 아주 내 등에서 살고 있었어

성깔사나운 바다였다

내 이빨 손톱 발톱을 다 바다에 풀어주었다

바다를 건너기위해서는 단단한것을 버리고

바다와 몸 섞지 않으면 않된다

유순하게 물을 따르기만 했는데 팔뚝 굴거진 여자

망망대해의 질긴 심줄이 등으로 시퍼렇게 몰렸다

드디어

암벽화처럼 푸른 지도가 내 등위에 그려지고 말았어

내 등에 세상의 바다가 다 올려져 있더군

몇 만 겹줄을 벗겨내도 꼼짝 않는 바다

바다를 건너와서도 내려지지 않았다

시퍼렇게 시퍼렇게 바다를 걷어내어

지상의 돛으로나 우뚝 세우고 싶은

내 몸에 파고 든 저 진초록 문신.


바다를 건너왔지


바다에서 바다로 청마빛 갈메 속살에

짖이겨지면서

그 푸른 광야를 헤엄쳐왔지

내 등에 진한 초록 날개가 돋아났을까

두 팔을 치켜들면 훨훨 나르곤 했다

하늘이 나를받아 않고 바다는 희디흰 모포를

갈아놓고 나를 누이기도 했다네

하늘 바다 그리고 내가 하나가되어 나르던

그 가을 깊은 날의 젊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