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의 소나무

                                                                       추사 김정희

나는

바다 건너 초췌하고 야윈 사람

나의 벗, 우선(藕船)이여

자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귀한 책을

보내주었군

천리만리 먼 곳에서

이 귀한 책을 구한 것인가


날이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고 했던가


태사공이 말하기를

권세와 이익으로 만난자는

권세와 이익이 다하면

사귐도 멀어진다 했지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늘 푸른 소나무여

자내는

전에도 지금과 다름이 없었지만

가시울타리 두른 후에도 소홀함이 없었네


자네도 이 세상 사람인데

도도한 권세와 이익을 초연히 벗어나니

권세나 이익으로 나를 보지 않음인가?


아니면 태사공의 말씀이 잘못이던가


나의 벗 우선이여

이 그림을 보아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