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성기조


산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

다만 나무와 바람 뿐

하늘에 일렁이는 구름 사이로

빠끔히 보이는 푸른 빛

그 빛 속으로 나무가 술렁일 뿐


산에는 오직 한 사람이 살았다

옛날 그 옛날에

불빛도 없는 허허로움 속에서

웅장한 머리와

그 큰 가슴과

힘에 넘치는 손을 가진

한 사람이 살았다


산은 온통 힘으로 완성 되었고

또 뜨거운 가슴으로

나무와 짐승들을 포옹하고

새의 노래와

짐승들의 울음과

나뭇잎들의 대화을 엿듣다가

깊은 골짜기를 만들었고

산은 또 가파른 등성이가 되어

물이 흐른다


온통 힘뿐인 산은

의젓한  무게로 바위를 심고

멸말을 멀리하여 이끼로 옷을 입혀

드러낸 치부 위에 풀이 자란다

산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