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몽

                                                                                        정지용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끝없는 울음바다를 안으올 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물건너 오딴섭,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 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랴십니가.

 

창밖에는 참새 때 눈초리가 무거웁고

창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 때,

은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성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랴십니가.

 

외로운 졸음, 풍랑에 어리울 때

앞 포구에는 궂은비 자욱히 들리고

행선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