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의 얼

                                                          모윤숙

풀숲을 누워 그날을 본다

하늘이 울리고 땅이 갈라지고 적들이 몰려오는 저 산과 강에서

우리는 끊는 피로 용솟음치며 넘어지려는 조국을 감쌌다

이 한 몸 초개같이 바치려 숨찬 목소리로 다~같이

강물을 헤치고 산을 부스며 달려오는 적들을 막았노라

수많은 적을 따라 소탕하고 조국의 얼로 내달려

떡갈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원수의 고함을 눌러 버렸나니

쓰러지며 죽으면서도 다시 일어나 숨결로 돌리고

숨지려는 조국을 살리었노라

나의 조국 영원한 땅이여 만세를 가도록 그 얼은 살았으니

지금도 그때처럼 귀를 기울이고 저 몰려오는 적을 막고 있노라

푸르러,푸르러 영원한 젊음 우리는 그 품에 안겨 안식하리라

어머니 조국에 이 혼을 맡기며 후회없이 더 강하게

앞으로, 앞으로, 달려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