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에서

                          황성호

 

여기는 뭍의 끝이 아니라

바다의 시작이라고

 

삶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려 할 때 항상 나를

일으켜 세워준 건 바다였다

 

일촌광음으로 다가오는

파도의 주기처럼

 

생의 여정은 녹록지 않은

꺾은선 그래프 같은

파고의 반복

 

저 파도의 높이가

가장 낮은 위치에

놓였던 순간 길이 열렸고

 

끝을 내려놓은 파도가

나지막한 목소리를 남기고

 

거품의 작은 방울로

다시 바다로 돌아갈 때

평온은 비로소 내게 다가왔다.







바다가 보고 싶다면

                                 황성호

 

 

바다가 보고 싶을 땐

파릇한 가슴 열고 기다리는

속초항 싱그러운 그 항구에서

어부의 꿈 서린 해산물 한 접시 담아

때 묻은 갯배에 올라

영랑호에 저녁노을 필 때까지

청호동 사람들 삶의 이야기 들어본다

 

어느 날 텅 빈 가슴 바다가 부르거든

어둠 내린 주문진 소슬한 항구의 밤

소주 한잔 오징어 살점 한 조각에

부두에 앉으면 가녀린 달빛 사이로

꽃 같은 추억 어느새 찾아와

흐렸던 영혼 말갛게 씻기어 가리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을 땐

연분홍 꽃비 내리는 호수길 걸어 경포 바다에

파도가 십리바위 등을 두드릴 때

어린 시절 친구와의 추억과

모래성처럼 씻기어 가버린 첫사랑의 기억도

남모르게 당신을 웃음 짓게 하리다

 

때로 바다가 그리울 적엔

남으로 이어진 해안 길 따라

갈등의 언저리에서 동해의 푸른 물결

때 없이 갈매기와 노닐며

굴원屈原의 이야기 들려줄 것만 같은 정동진에서

해돋이를 보며 내일의 소망 건네면

수평선 위에 해는 그 바람의 길 알려 줄 것이요

 

어느 여름 어머니 가슴 같은

바다가 보고 싶은 날이 오면

포란 같은 정 바다에 담겨

길게 트인 아늑한 금빛 백사장으로

썰물의 노래 고요히 들려오는 추암마을 속에서

그 밤 아이들과 함께 모래톱에 꿈을 새기며

촛대바위 머리 위 둥근달 바라보면

북벽 같은 가족의 사랑 채울 수 있으리다

 

언제인가 꿈결에 바다를 찾게 된다면

산길 굽이돌아 삼척 우뚝한 한재에 기대어

빼어난 해안선 병풍처럼 드리운 맹방의 모습 바라보며

당신이 정을 보내면 모래알들은 알알이

그대 눈빛에 사랑의 화답 안겨 주리다

 

무릇 해풍에 봄이 묻어날 즈음

남동해 가는 길 중간에

갯바람에 반짝이는 선한 눈 한 세월에 담겨

열심히 사는 그 모습 멋진

유년의 친구가 있는 대진항엔

세상 속 부부의 불협화음 떨치고

한 쌍의 원앙으로 동틀 녘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저 거친 바다로 향하는 그들의 삶에서

부부의 진정한 금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리다

 

하지만 훗날 마음이 힘든 날이 오거든

곰솔밭 너머 부서지는 파도가 수정 같은

궁촌 해변은 말없이 그대를 포옹하리니

드넓은 동해의 품에 안겨 가슴 속 아픔과 슬픔

다 내어주고 그와 함께 한 계절을

하루처럼 지내다 푸른 손 살며시 놓을 때 그때 돌아오오.

 

 

 



이름 : 황성호

 

주소 : 21021 인천광역시 계양구 장제로 1001번길 5, 402(박촌동 미주빌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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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암

 

이름 : 황성호

 

약력 : 한국시낭송가협회 김포지회장

 

한국문인협회, 백양문학, 시대문학

 

인천광역시 文學時計 회원

 

 

저서 : 전자시집나는 갯바위다

 

 

공저 : 별의 노래 풀꽃들의 시, 후백의 열매,

 

한일합동시집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