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박민숙


어린시절 여러가구가 모여 살던

마당  한가운데는  꽃밭이 있었다

봄에는  봄꽃들이

여름에는 여름꽃들이 또

가을 꽃들이 머물렀다가는  꽃밭


찢어지게  가난했었다는것도

지나고 알았지 마당 한가운데  꽃들이 피어나고

지듯이 그때는 다들

그렇게  먹고 자고  사는 줄만 알았다


다섯가구가 모여 살았던 그곳에선

크고 작은 다툼들이 ,한숨들이

어른들의 고된살이가 끊이지 안았지만

나는 꿀잠에  취했고  눈뜨면  아침이었다

간신히 고양이 세수만 하고 마주친

꽃밭에는 채송화 봉숭아 다알리아 백일홍

온갖꽃들이 알록달록 피어 있었고

눈꼽 덜 떼어진 내얼굴에는

얼룩덜룩  버짐이  피어 있었다


가난이  가난인줄  몰랐던  그시절

마당 한가운데  꽃으로 피었던 버짐이

가슴  한모퉁이  꽃밭에서

부르르...꽃으로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