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새해를 맞으며)

                                                                             임완근


오늘도 밤새 내리는 눈이

좁은 산길을 덮어가고 있습니다

오솔길에는 가끔씩 사람들 오가고

그래서 외로운  길이라고요


눈이 오는 날이면

내가 지나며 길을 만들기 전부터

작은 발자국으로 밤새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자은 다람쥐 바삐 지나가고

귀가 큰 토끼 그리고 산돼지 어미는

아기들을  데리고  새벽길을 건넛습니다

이른 아침에는 산새들도

점점이 발자국을 찍어 놓았습니다


느직하게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나서

세어본 발자국에는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검은 크트의 옷깃을 여미여

새벽길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