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나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소설가 현기영님이 쓴 장편소설이다. 여기에서 ‘숟가락은 곧 밥이지요. 밥은 곧 삶 이고요’ 라고 인용하고 있다. 숟가락과 젓가락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우리의 끈끈한 삶과 함께하고 있다. 모양새가 숟가락은 긴 손잡이 둥근주걱 형태요, 젓가락은 가늘고 길게 평행선을 이룬 물건이다.



그런데 왜 똑같이 우리게 중요한 물품인데 숟가락은 받침에 ‘ㄷ’을 사용하고 젓가락은 받침에 ‘ㅅ’ 을 쓸까? 모양새나 용도, 발음까지 비슷한 이 물건들이 왜 받침을 달리 사용하는지 궁굼 할 것이다.



‘숟가락’은 ‘밥 한 술’의 ‘술(밥 따위의 음식물을 숟가락으로 떠 그 분량을 세는 단위)’에 ‘가락’이 붙은 말. ‘술’의 ‘ㄹ’이 가락과 붙으면서 ‘ㄷ’으로 변했다. (한글 맞춤법 제29항 참조) [술+-ㅅ+가락] →숟가락의 형태이다. 이런 예로는 ‘이틀→이튿날’ ‘사흘→사흗날’ ‘삼질→삼짇날’ ‘풀→푿소’ ‘설→섣달’ 등이 있다. 반면 ‘젓가락’은 한자로 ‘저(箸. 젓가락을 줄여 쓴 말)로 쓰기도 한다. 이 말에 ‘가락’이 붙으면서 말을 연결할 때 사이시옷 [저+-ㅅ+가락]가 들어갔다. 빗자루, 찻잔 등과 같은 경우이다.

얼마 전 어느 한글연구자를 만나 식사하는데 웃으며 말한다.




“김 선생님, 숟가락은 움푹 파인 모습이 ‘ㄷ’처럼 보이니 받침을 ‘ㄷ’으로 쓰고, 젓가락은 반찬을 집거나 벌릴 때 모양이 ‘ㅅ’처럼 보여 ‘ㅅ’을 사용한답니다!”

“오, 그래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