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月十五日

 

徐廷柱

 

民族(민족)이여

우리 모두 끝끝내 환장해버리고 말까?

때리고 부시고 불지르고 서로 죽여

祖國(조국)은 그만 쑥대밭을 만들고

우리 모두 환장하여 미쳐버리고 말까?

아우보단도 ()이 잘 먹어야 되겠으니

아우 몰래 아우의 것 훔쳐서 먹고

아들은 애비보단 잘 입어야 되겠으니

애비의 옷 버껴서 제 몸에 걸치고

弟子(제자)는 스승보단 똑똑해야 되겠으니

스승의 얼골에 돌을 던지고

이웃은 이웃보단 잘 살아야 하겠으니

속이고 모함하고 원수를 만들고

阿鼻叫喚(아비규환)地獄(지옥)과 같이

서로 할퀴고 싸우고 맞부디쳐!

우리 모두다 쓰러지고 말까

 

民族(민족)이여

저 모진매에 쪼껴다니는 倭政(왜정) 三十六年間(삼십륙년간)

기맥히면 우러러 보든 저 도라지 꽃빛 우리의 하늘 밑에

저기는 白頭山(백두산) 저기는 智異山(지리산)

저기는 豆滿江(두만강) 저기는 漢江(한강)

저기는 대추나무 선 자네의 집 여기는 우리집

박꽃도 피였네!

 

民族(민족)이여

그 환장한 마음으로 치켜든 두 주먹으로

차라리 환장한 제 가슴을 쳐

그깐놈이 共産主義(공산주의) 같은 것 팽개쳐버리고

못 울겠는가…… 못 울겠는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무쳐게시는 이나라 땅일세!

여기 쓰러져서 못 울겠는가…… 못 울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