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남자







   高旼嬌






이정표 아래 그가 있었다

한 마리 학 같은

늦가을 같은

그가

선명한 주름을 만들며 웃는다

주름 속에 들어앉은 말들

살아있으나

소리가 되지 못한 말들

말줄임표로 굳어져 주름 속에 있다

나는 흐린 길을 걸었다

그에게서 낙엽 냄새가 났다

스스로 제 몸을 꺾고


에이, 하고 읽으면

에이, 낙엽 같은 피(血)




나는 천방지축 B형을 수혈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