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바다  
-해운대에서-

모든 일상을 던져 놓고
흔들리던 배에서 내려
겨울 밤바다 앞에 선다
수십 년 잠들었던 그가 달려와 포옹을 한다
어둠과 함께

옛 모습 그대로, 모습에 숨이 멎는다
옛 모습 그대로, 노랫소리에 귀가 먼다
옛 모습 그대로, 모래알은 발아래에서 감미롭다

누더기 옷을 벗기고 날개를 달아준다
밤바다, 밤 파도, 밤 모래밭, 얼마동안이나
날며, 바라보며, 걸으며,
느꼈을까, 들었을까, 만져보았을까,
목마름에 물이 가득 차오른다

재회는 말이 없다
바다가 내 안으로 들어오고
밤은 내 안으로 스며들고
나는 그들 안에서 감아 놓은 시간을 푼다




정소현/ 鄭 少 泫



*월간<문학공간>으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광진문인협회 회원.
*한국공간시인협회이사, 백양문학 부회장.
*시낭송가. 시낭송지도자.
*문학공간상, 좋은문학작가상 수상.
*<시집> 또 가을이 오나 봅니다. 낡은 자전거의 일기
         그대를 위한 협주곡 외 공동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