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하는 강은

회색의 오감이 널려 있는 것 같다

 

강둑 저쪽에

갈대들은  바람에 거슬려

소리내며 울고 있다

강 주위를 날으는 새들도 왠지 작아 보인다

 

어둠이 짙은 저녁하늘

강허리에 함께 누워있는 맨살의 들판

겨울은 아마 강에서 부터 얼어오나보다

 

겨울의 시작과 천천히 일치되어가는

강을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얼어 붙은 겨울 강

떠도는 바람 속을 거닐면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지평선으로 몰려오는 살을 에이는

바람 한 자락이라도

가슴에 담아 보야 한다

 

텅 빈 겨울 들판에서 잊고 살던

진실을 기억해보자

고향을 떠난 사람, 보고 싶을 얼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