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게신 저 하늘로    ( 현충일에 바치는 시 )

                                     1966년 6월 6일 : 김문중낭송

                                                           이희목

저 수많은 꽃송이를 피어나게 한

햇살과 바람과 봄비 같은 임이시여

 

해일처럼 밀려오는 어두움속에서

꺼져가는 등불 하나

끝끝내 보듬어오신 거룩한 임이시여

 

오늘 다시 한 번

우리들 가슴에 손을 얹고

임께서 불붙여 주신

심장의 힘찬 고동소리를 듣습니다

 

임께서 걸어오신 형극의 길

그 어찌 한시인들 잊으리오만

 

이제 우리들은

지난 날의 슬픔에만 잠기는

연약한 자가 아니기에

저 푸른 하늘로 비상하는

학의 나래짓을 익히렵니다

 

오직 그것만이 아, 오직  그것만이

임의 은혜에 보답하는 최선의 길이기에

 

형제여, 자매여!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를 밀치고

새로운 태양이 작렬하는 지평선을 향하여

둥 둥 북소리에 발맞춰 힘차게 걸어가자

 

페허 위에 꽃을 피운 슬기로운 민족이여!

밀물처럼 밀려오는

어둠과 구름을 헤치며

정의와 자유, 평화를 위해

밟을수록 살아나는 잔디의 의지로

꺽을수록 고개드는 땅버들의 끈기로

우리 모두 용감한 병사가 되어

번영의 대열에 동참했거니...

 

태양을 향하여 걸어가는 민족은

슬기로운 민족이다. 승리하는 민족이다

우리 앞에 닥쳐오는 역경의 파도를 넘어

희망의 이정표를 새로 세우자

 

오늘도 민들레 제비꽃 지천으로 피어나는

외로운 들길엔

우리의 아버지 , 어머니가

삼베 무명옷 추스리며 걷던

목이 타는 보릿고개가 있었나니

 

형제여, 자매여!

험난한 이 길을 망각하고

오늘만을 쉽게 달려가는 이웃들이 있나니

낯설고 외진 들녘길에서

꺼져가는 불씨를 보듬고 살아온

우리의 숨은 이웃이 있었음을

적의 침략 앞에 맨몸으로 항거한

형제들의 불같은 몸짓이 있었음을

 

아!

임들이 걸어오신 그 고난의 역경

원수의 칼날 앞에 거꾸러지면서도

열두번 다시 외쳤던 불멸의 함성

 

전쟁에 희생된

형제들의 피와 살덩이

자유를 찾고자

민족의 제단에 바쳐진 꽃다운 영혼은

이젠 이 강토 곳곳에

풀씨처럼 날아 올라 드디어 뿌리를 내리고

때로는 목마른 대지를 적시는

단비가 되어 내리나니

 

형제 자매여!

갇혀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조국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정의이고 진실인지를

불의를 딛고 일어선

절망과 회의를 거부하는

분수같은 열정을 갖자

 

비록 우리의 현실이 어렵고 괴로워도

영원한 자유와 평화의 사도

순백의  비둘기떼를

임이 계신 임이 계신 저 푸른 하늘로

끝없이 끝없이 날려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