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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린책

 

나를 다 읽지도 못하는 당신

내 온몸 발가벗겨 자꾸만 만지작거리네요

거칠게 벗겨낸 은박지처럼

구겨진 얼굴로

내 몸에 기어 다니는 작디작은 벌레들처럼

따라나니네요

베개에 얼굴 묻은 채 울고 있네요.

 

나는 열린 책

검은 구름위로

온종일 뜨고 내리는 헐거워진 마음

어깨를 짓누를 뿐이에요

그 어깨들 사이로 인정사정없이 들쑤시는

작은 벌레들

깊은 고랑 친 둗덕 사이로

내 몸의 경계 허물어버리네요

 

나는 열린 책

행간 오르내리며

자간을 꿰매는 질주 시작되면

긴 어둠 뚫는 횃불처럼

이윽고

당신의 울음 잦아드네요.

 

                                                               한선향 선생님의 시집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