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서정주


내 너를 찾아왔다, 순아. 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를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 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더냐.
순아, 이게 몇 만 시간만이냐.
그날 꽃상여 산 넘어서 간 다음, 내 눈동자 속에는 빈 하늘만 남더니,
매만져볼 머리카락 하나 머리카락 하나 없더니, 비만 자꾸오고....
촛불 밖에 부엉이 우는 돌문을 열고 가면 강물은 또 몇 천리인지.
한 번 가선 소식 없던 그 어려운 주소에서 너 무슨 무지개로 내려왔느냐.
종로 네 거리에 뿌우연히 흩어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볕에 오는 애들.
그 중에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 속에 들어 앉아 순아! 순아! 순아! 너 인제 모두 다 내 앞에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