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천(歸天)

                

천상병(千祥炳)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시어 ,시구 풀이]



이슬, 노을빛 : 순진무구(純眞無垢) 혹은 무욕(無慾)의 시선에 비춰진 것들로써 맑고 투명하다고 보는 것은 생의 긍정으로부터 온 것이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죽음’의 날, 즉 ‘하늘로 돌아가는 날’을 가리킨다. 이 세상에 온 것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난과 슬픔으로 점철된 생(生)이 긍정되고 있는 것은 시적 자아가 무욕(無慾)의 경지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무욕의 경지는 생의 간고(艱苦)함 속에서 터득한 생의 긍정이다.




  [핵심 정리]

지은이 : 천상병(千祥炳, 1930-1993) 시인. 인생과 죽음의 문제를 깊은 통찰로 보여 주는 시편을 발표하였다. 시집으로 <새> 등이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사상 : 불교적 윤회설(이승과 저승은 단절이 아니고 이어지는 것이다. 소풍이 끝나면 다시 여로에 올라 하늘로 가게 마련이라고 본다. 이 점에서 불교의 윤회설과 그 세계관이 일치한다.) 도교적 인생관(삶에 대한 어떠한 얽매임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도교적인 면도 있다.)

   구성 :

                    (죽음의 내적 승화)

        이승 --------------------------→ 저승

        

       (소풍지) ----------------------→ (본향)

                      (하나의 행로)    

   제재 : 죽음

   주제 : 죽음의 정신적 승화. 삶에 대한 긍정적 관조

   출전 : <주막에서>(1979)




  ▶ 작품 해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죽기 마련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든 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우리는 죽음 그 자체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죽음으로 해서 잃게 될 소유물들을 아까워하기도 한다. 특히 지금 누리고 있는 세속의 삶에 집착이 많을수록 죽음은 그만큼 두려운 것이 된다. 작자는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소유물에 별로 미련이 없다. 미련이 없으므로 집착이 없고, 집착이 없으므로 죽음을 억지로 피해 보려는 몸부림도 없다. 그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이다. 그것도 이 세상의 삶이 한 차례의 소풍인 것처럼 원래의 자리로 선선히 돌아가리라고 말한 것이다.

이 시의 분위기에서도 나타나듯이 그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다만 불행을 불행으로 끝내지 않고, 지나온 삶의 자취 속에서 소중한 기억을 더듬으면서 그래도 자신은 아름다운 한 세상을 살았노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노래하는 간결한 시 속에서, 우리는 지나온 삶의 괴로움과 회한을 지긋이 다스려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시인의 내면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삶은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라는 가정은 추억 속의 여행이 아름다운 것이듯 삶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는 추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인이 짙은 우수 속에서도 절제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달관과 관조의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