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 시의 세계
시 한편 한편이 님에게 희망의 선물이 되길 소망합니다.
글 수 337
무명전사의 무덤앞에
- 유엔묘지에서-
노천명
사나운 이리 떼 사뭇 밀려와
아무 영문도 모르는
정녕 아무 영문도 모르고 있던
평화스러운 양(羊)의 우리를
뛰어넘어 들던 날-
죄 없는 백성들 처참히 물려 러지고
포악 잔인한 앞에 어미는 자식을 감추고
아내는 남편을 감추며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었다
저 멀리 몇 천만리 밖
아름다운 농원에서 일하던 이들
첨탑이 높이 선 대학의 청년들이
분노에 떨며 군복을 갈아입고 뛰쳐나와
아세아의 한 끝 코리아를 찾아서,찾아서
구름을 헤치고 바람을 밀치며
하늘이 까맣게 달려와 주었나니
일찍이 이방인의 모습이
이렇듯 반가운 적이 이었으랴
우리를 살리려온 그대들은 바로 천사였어라
태평양을 건너 낯설고 빈한한 이 땅
별로 아름답지도 장하도 못한 건물을
총 들고 지켜주는 이역(異域)의 아침은
얼마나 어설펐으랴
홈식이 뭉클 치밀 때마다
보다 준엄한 정의가 있었다
이제 그대 영원한 평화의 사도되어
동양 한구석 코리아에 조그만 면적을 차지하고
들국화에 싸여
푸른하늘에 안겨
여기 누웠나니
그 그대의 이름을 모르건만
이슬 젖은 돌 십자가에 조용히 이마 대며
지극히 경건한 마음 하고 엎디어 절하노라
한국 전장의 이름없는 전사여
편히 쉬시라!
훈장 대신 가슴엔 별을 차고
그대 길이 땅 위의 평화를 지키는 자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