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최윤희

누런 벽지

바람보다 먼저 떠는 창

잔뜩 흐린 빗물이 천장에 스며

방안으로 별빛 떨어지네

구멍난 자리마다 빈 그릇 내 놓고

웅크려 잠 청하는 밤

방바닥에 별이 튄다

헌 지붕새로 하늘이 보이려나

우산이라도 쓰고 노래나 불러볼까

가난은 왜 그리 선연한 얼굴로 찾아와

밤새도록 대문을 두드렸는지

나는 또 못 들은 척 베갯잇 붙잡고

푸른 새벽만 기다렸는지

성한 거라곤 씩씩거리던 몸뚱이뿐

머리 위로 뭔가 부스럭거리고

가려워 뒤척이던 몸부림

비 먹고 비에 취해 휘청거리던 꿈부림

너를 두고 떠나 온 뒤

더 이상 방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

꿈밭이 다 갈라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