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각문

가을을 감고 우리 산속에 있었습니다

하늘이 기폭처럼 펄럭이고 눈 들 때 마다 태양은 익은 석류처럼 파열했습니다

당신은 낙엽을 깔고 향수를 처음 안 소년처럼 구름을 모아 동자에 띄웠으며

나는 한아름 벅찬 바다를 품은 듯

당신과 가을을 느끼기에 한때 죄를 잊었습니다

마치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 벗었음을 알던 옛날

에덴의 경이같은 것이 분수처럼 가슴에 품어오르고

만산 피 같은 홍엽~

만산 불 같은 홍엽

아니 아니 만산 그리움같은 그리움같은 홍엽에서

모든 사랑의 전설들이 검붉은 포도주로 뚝 뚝 떨어졌습니다

청량한 과즙처럼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이 불어갈 뿐

사변 광박한 하루의 천지가 다만 가을과 당신만으로 가득차고

나는 차라리 열병앓는 소녀였음이여

사랑한다는 건 참말 사랑한다는 건

또 하나의 나 또 하나의 내 목숨을 숨막히도록 숨막히도록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 의 나 또 하나의 내 목숨

아아 응혈처럼 뜨거운 것이 흘러내리고

나는 비수처럼 하나의 이름을 던져 저기 피흐르게 태양을 찔렀으니

그것은 이 커다란 우주 속에서 내가 사랑한 그 으뜸의 이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