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이 / 심옥남

 

새들이 잠들어! 자! 돛을 올려

 

해는 이미 솔섬의 그림까지 품고 잠들었지만
달은 구름속에서도 환하지

 

불빛을 향하여
잎사귀 부드럽게 물결지는 어둠을 날아올라

 

저물녘 수수잎에 애기바람 안기듯 내려앉은

나방의 시간이
꽃인듯 꽃밭인듯 환한 유리를 껴안고 까마득히 깊어간다

 

닿을수 없는것들은 언제나 눈앞에서 환하게 빛났다.

가슴과 배를 들썩여 일갈해도 변방을 면할 수 없던 나날들

 

달이 드나들고 파도소리 등을쳐도 요지부동의
앞을 가로막던 투명한 유리벽 안쪽

 

꽃봉오리 품고 폭풍을 건너온 동백나무와 마주앉아
늦은 저녘을 꾸역꾸역 삼킨다

 

어둠이 닻을 내려야 깃을 펴는 나방과 나는
등대불빛을 향하여 날개를 같이 쓴다

 

바다의 창엔 달의 발자국이 깊이 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