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松籟 김정환
소나무 한 그루가 천둥 속에서 번갯불을 삼켰다
노령산맥 만경강 젖줄 따라 고군산 선유도 파도바람
넘실대는 개정(開井)들판 장군봉 기슭에서
금강 큰 물줄기 넘고 넘어 아리수로 흘러들어…
뇌성(雷聲)으로 다듬어진 솔잎 향기
목청을 씻어 내고
맑고 고운 가락으로 시를 읊어
천기(天機)를 담아낸다
사랑채 풀섶 거닐며 낭창(朗唱)소리
눈으로 엿듣고 귀로 읊어대니
푸른 솔 관솔가지에 불꽃이 피어나리
오늘은 지쳐 울던 쓰르라미 소리
발악을 멈추고
바람 바람 솔바람[松籟]소리에 취해
허물을 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