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목진희
발은
애초에 없었다
허공을 휘젓는 팔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걸
세 뼘 반의 자갈더미가
처음의 공간이자
마지막 터
짓무를 듯한 불볕을 뒤집어쓰고
질주하는 열차의 퀘퀘한
열바람을 꿀꺽이며
풀씨만으로 벗어 날 수 있고
새 움터로 날을 수 있다는 것을
힘겹게 뚫고 나가던 하얀 촉수는
철길 너머 날아 온 흙먼지에
하루의 하루
그 푸른 무릎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