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는 마른풀이 향기롭고
함께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넉이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의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 묻고 싶은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