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 원고 - 백양 문학회
글 수 1,490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김장호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 허리에 깔리는 장밋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 구름 떠오르는 바람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 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 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가치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 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들새가 가는 길 표범이 가는 길로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 사나이들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 벼랑 길이 다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있으면 그만이다
바람이 인다
새해 아침 먼 동이 트면서
저기 장밋빛 노을이 손짖한다
베낭을 챙기자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