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들이 / 이광민
먼저 떠난 남편 따라가면
남은 식솔에게 열녀비가 내려지고
가문의 영광인 건
잔인한 제도였다
너나 나나 하나인 생명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 된다는
이분법이 세상 지배할 때
배움 또한 평등하지 않았고
사대부 가문의 여식으로 태어나도
출가하면 그 집의 귀신이 되어라
부모는 모두
딸 버리는 선수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선
남아선호사상은 그대론데
아들 낳으면 목매달
딸 낳으면 금메달이라
금메달 걸어 드릴 어머니
날씨 예보보다 빠른 통증으로
여행도 외식도 다 귀찮아
병원 가는 길이 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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