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꽃밭 만들렵니다.

 

정운기

 

애처로워

긴 긴 세월을

바보처럼 많이도 울었습니다.

 

짙은 피로

향기 그윽한 꽃을 피웠고

향수같은 눈물 우려내어

나의 뜰에 사랑의 꽃을 피웠는데

 

눈먼 까마귀 날아와

앞 못 보고 짓밟아 폐허된 꽃밭에

다시 나는 꽃을 피우렵니다.

눈먼 까마귀 만행도 잊으렵니다.

 

한여름(젊음) 지나고

가을이(노년) 오지만

나는 다시 꽃밭을 만들렵니다.

꽃이 피고지고 세월이 흐른 후에

 

애처로워

긴 긴 세월

바보처럼 울었던 그 날들을

잊을 수 있겠지요.

                                                                         2005. 1. 25.0시에 (고통의 현실을 탈출하고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