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 원고 - 백양 문학회
어떤 초대
이광민
한 달 전부터 받은 초대장을 기억 속에 심어 두어
약속을 바꾸고, 미루고,
소풍 갈 날 기다리듯 가끔 초대장을 꺼내 기억을 다졌다.
잊을까 염려하는 그의 맘을 알리듯
문자로 파일첨부로
잠들까 생각을 흔들어 깨우더니
바람이 옷 사이로 헤집고 들어오는 날
겨우내 앓이 할 고생이 두려워
조금 예를 갖춘 차림으로 찾은 곳
함께 사는 도시의 문화를 향상하는 일을 하고
어른, 아이 모두 생각을 나누는 자리 뒷전에서
고르고 뽑는 일을 같이했는데
자기 명함에 한 줄 담긴 것만 자랑하는 그
그러려고 마련한 자리였는 줄
듣다, 듣다 깨달은 어리석음
유유상종이라는데 섞일 수 없는 이질감을 느끼며
내 처녀작 발표장을 상상하며
고운 이, 고마운 이 모실 생각에 허기짐도 잊었다.
자화자찬 ㅡ
참 멋없는 일을 바라보느라 고생고생하다
선거법 때문에 식사를 줄 수 없다는 주인이 던지는 돌멩이 같은 말
잊을까 염려해 보내고 또 보내더니
잔뜩 모인 모두를 굶겨 보내는 대책 없는 이
어쩌다 거르게 된 한 끼에 눈물마저 핑 돌듯 서글픈 건
알고 지낸 10년 세월, 첫 초대에
분수를 뛰어넘을 정성을 보태었는데
흰소리, 빈소리를 먹은 내 영혼이 허기진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