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수국에 와서 -

                                                 이 근 배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바다를 가두고 사는 까닭을 안다

바람이 불면 파도로 일어서고

비가 내리면 맨살로 젖는 바다

때로 울고 때로 소리치며

때로 잠들고 때로 꿈꾸는 바다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하나씩 섬을 키우며 사는 까닭을 안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잎이 지고 눈이 내리는 섬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별빛을 닦아 창에 내걸고

안개와 어둠 속에서도

홀로 반짝이고

홀로 깨어있는 섬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꿈의 둥지를 틀고

노래를 물어 나르는 새

새가 되어 어느날 문득

잠들지 않는 섬에 이르러

풀꽃으로 날개를 접고

내리는 까닭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