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 원고 - 백양 문학회
큰 나 무
- 대한민국 도서관친구들
이광민
작은 씨앗이 껍질을 뚫고
보드라운 새싹이 피어나
잎이 자라고,
꽃이 피고,
떨어지고
해가 지날수록 하늘과 가까이 가지를 올리며
잎을 원하면 잎을,
꿀을 원하면 꿀을,
열매를
모든 것 주었더니
새는 해를 가리는 가지를 잘라주고
곤충은 수액을 빨아먹는 벌레를 잡아주니
더 많은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은 지
아홉 해
나무가 자리를 잡으려면 다섯 해가 필요하고
가족을 늘리려면 십 년이 지나 봐야 안다고
고목 할머니 말씀 바람에 실려오는데
혹한도 가뭄도 병충해도 아닌데
가지가 마르고 잎이 떨어져
마른 줄기를 끌어안고
눈물을 삼켰다.
새들이 나무주위를 살펴도
벌들이 꿀을 마셔 보아도
늘 같은 모습
익숙한 주변이라 찾질 못했다.
땅속 집을 짓던 오소리가 투덜거린다.
뿌리가 영양분을 제대로 먹어야 잘 자라지
어찌 같은 뿌리가 서로 못살게 굴어
줄기와 잎들은 소슬바람에도 움츠리다
제풀에 떨어지기도
허기져 마르기도 하더니
끝없이 올려주는 영양분을 찾아
길을 떠났다.
뿌리를 공격하던 모방 뿌리는
제 할 일 하지 않아 말라가다
같은 모방 뿌리에 찔리고 조이다
실날같은 생명 겨우 잇던 어느 날
살려달라고 어리석었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큰 나무는
바람이 실어 온
숲 친구 이야기에 귀 기우려
흙조차 외면한 모방뿌리에
온기를 나누고 양분을 넣어주니
마른 가지
마른 잎
다시 올 봄날을 기다리며
꿈꾼다.
* 모방 뿌리 : 모양은 뿌리지만 뿌리 역할은 못하는 뿌리(제가 만든 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