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을 걸으며..

 

들길따라 걸으면

싱그런 아침 바람이

 콧잔등을 부빈다.

이슬이 쏟아 놓은 은빛 눈물에

잎들은 긴 밤의  갈증을 

목젖이 시리도록 집어 삼킨다.

제방을 흐르는 물살은 

승천 못한 용이 이무기 되어

성난 몸짖으로 서리서리 시린 한을 

하얗게 토해낸다.

붉은 황톳길옆으로 

노쇠한 질경이가 누웠고

제 몸에 붙은 분가루

못 마땅한 명아주가 몸을 비틀고

그 옆을 땅장군 쇠뜨기가 지키고 섯다.

 정겨운  눈 인사

민들레는 보송한 솜털로 맞고

강 언저리 뱀밥은 저만 늦게 알아본다며

뾰로퉁 노란 꽃망울을

 톡톡 터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