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리랑

                                                       문 정 희

     님은 언제나 떠나고 없고

     님은 언제나 오지 않으니

     사방엔 텅빈 바람  텅빈 항아리 뿐

     비어서 더욱 뜨거운 이 몸을 누가 알랴

     그 위에 소금뿌려 한 세월 곰 삭은

     이 노래를 누가 알랴

     기를 쓰고 피어나는 이 땅의 풀들

     저 눈 밝은 것들은 알랴

     떠나는 발자국이 님인 것을

     돌아오지 않는 것이 님인 것을

     그래서 더 보고 싶은 것이 우리 님인 것을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 님을 기다리며

     밭고랑처럼 길고 긴 생애를 사느니

     세상에는 없는

     고무신 같은 된장국 같은 백자 항아리 같은

     기막힌 이 사랑을 누가 알랴

     냉수 한 사발의 사랑이

     폭풍보다 더 무서운 힘인 것을

     너무 울어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진 이살갗이

     지진보다 더 무서운 힘인 것을

     님과 나사이에는

     꽃이라고 할까

     새라고 할까

     청산처럼 숨쉬는 아름다운 생명이 있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온몸으로 흔들리는 노래를 부르며

     이 땅에는 사시사철 기다림이 피어 나느니

     곁에 있는 것은 님이 아니리

     안을수 있는 것은 님이 아니리

     결혼 한 것은 님이 아니리

     멀리 있는 것

     그래서 두 눈이 아리도록 그리운 것만

     우리 님이리 아리랑 이리

     홀로 푸른하늘 바라 보면서                     

     푸른하늘 굽이 굽이 새겨둔 설움

     바라만 보아도 말갛게 차 오르는 눈물

     질경이 같은

     엉겅퀴 같은

     뙤약볕 같은  어지럽고 슬픈 살 냄새

     허리 구부리고 울던 흰옷들의 쓰라린 사랑이여

     천굽이로 살아나는

     아리랑 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