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동상

고은희

 

 

직사광선을 꼿꼿하게 받아치는 둥근 고집으로

시계초 꽃이 피어 있습니다

낯선 땅에 손을 뻗어 뿌리내리는 수난에도

여자의 초침은 흘러갑니다

시계초의 바늘을 돌리면 집을 떠나려는 여자

제 안의 슬픔을 꺼내

아이의 교복 단추와 함께 여미고 있습니다

층이 각각인 아이의 머리 능선이 여자 밖으로 기울어집니다

덩굴에 걸린 초침이 멈추자

고집의 반지름만큼 돌아선 여자가 아이의 손을 잡아 끌어올립니다

끌어 올리는 진액과 기울어진 향기가 팽팽하게

한 여름을 당깁니다

시간이 없는 곳으로 건너간 줄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