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 아 리
황금찬
이 옹기 항아리는
무엇이든 채우기 위하여
만들어진 게 분명하다.
그런데 긴 세월 열린 채
아무것도 담은 것이 없다.
쏟아져 내리는
별들의 꿈이며
태양이 뿌려대는
전설의 화살
구름 뒤에 숨은 달 그림자 한 잎도
바람 부는 날 강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울고 있다.
이 옹기 항아리가
가슴 속에 채우고 싶은 것은
사랑과
향기,
누구도 부르지 않은
너의 이름 뿐이다.
출처 : 황금찬 『물새 꿈과 젊은 잉크로 쓴 편지』, 서울 : 혜화당, 1992,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