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정 / 박목월 / 안혜영 낭송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