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

                                                           박목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 끝끝내 마져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간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 빗겨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