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 김민정


눈 내리는 터미널에서
여름산 같은 정열
꾸역꾸역 삼켜 앓다가
돌부처처럼 서 있다

이미 정해진 오늘
우리 가여운 마음은
새벽이 열리던
그날에 두고
웃으며 웃으며

떨어져 살아도
저녁빛은 잠들고
한 사발 고봉밥 먹으며
캄캄한 울음
멈출 수 있으리

끝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
무정한 시간은 서로를 담고
천둥소리를 내는데
떠나는 손
잡은 손
같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