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바람

 

 

강가의 집들은 나지막이

하늘에 둥근 시계를 걸어 놓고

모래톱에 쌓이는

그림자 밟으며 따라간다

 

울타리 밖에는

허공을 달리며

바람과 이야기하는

흐린 신발 밤을 달구고

 

등 뒤에는

강물로 거슬러 오는 바다와

종일 걸어서 온 산이 만난다

 

솔나무 가지엔

수 천 개의 별빛 타고

헤어지지 않으려 깊이 누운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