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를 권하며
김혜숙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한잔의 차를 달일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첫 햇살이 들어와 마루끝에서
아른대는 청명한 아침
무쇠 주전자 속에서
낮은 음성으로
끓고 있는 물소리와
반짝이는 차기(茶器) 부딪는 소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 줄 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
정결하게 씻은 하얀 손으로
꽃쟁반 받쳐들고
사랑하는 사람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여지는 행복하다.
고단하고 가없는 우리들의 삶
그 온갖 시름들 잠시 잊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은밀하고
그윽한 향기를 권하며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는
여자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