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이 성 숙
하늘 품은 바다가 그리워
모래 바람
먹빛 어두움을 견디어 낸
눈여겨 보아주지 않아도
부끄러워 숨은듯
진한 향으로 내미는 얼굴
임진강 물살에 밀려
흘러든 연자 방앗간에서 훌쩍이던 소녀
둥지에서 갓 날이온 새 한마리
아이들이 놀리면
행주치마에 가린 뭉툭한 손목엔 가시가 돋았다
그래도
우리는 그냥 언니라 불렀다
겹겹의 구름을 넘어 온 노을빛이
순박한 여인의 서러움에 물든다
파도가 손짓하는 꽃무더기 사이로
어른거리는 그 해맑은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