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 원고 - 동인지
離別
心仙 李光民
석양에
못 다한 이야길 담아
수평선에 보내고
오래도록
함께 하지 못한 서러움으로
눈물 꽃을 심는다
-------------------------------------------------------------------------------------------
자원봉사자
心仙 李光民
언덕을 오르다
숨을 고르려 고개를 들면
온 것보다 더 남은 곳에 자리한
할머니의 화단
빠알간 고추 무르익은 사과상자
돗나물 팔 뻗어 강강술래 돌고
자줏빛 노끈을 휘감은
노오란 옷 입은 주먹만한 호박
떨어지는 씨앗이 보금자리 트라고
화분 한 귀퉁이 남겨 놓고
돌아오는 아이 마음 편히 오라고
마음 한 귀퉁이 비워 둔다
별보다 어여쁜 아기
6.25로 고아가 된 소녀
보릿고개 깊고 높아 밥보다 더 눈물짓는 새색시
먼저 간 님 그리는 여인
기쁨이던 아이 갈 길 떠난
빈 판잣집에 남은
할머니(클라이언트)
허리가 굽도록 키운 자식
아들인지
딸인지
가슴으로만 말하며
들려주신 말씀
“모두 주지 말고, 네 것은 남겨 두어라!”
계절보다 긴 아픔
주름보다 많은 기다림에 지친 나날
구름타고 여행가실 이야기 나올까 겁이나
강녕하시라 인사드리기가
두렵다.
눈을 보며(‘또 올게요.’)
손잡으며 (‘아프지 말고 지내세요.’ )
꼬옥 안으며 (‘오래 사세요, 할머니.’)
목이 메어
소리없는 인사드리며
고개 돌려 눈만 깜박거린다
나누려고 온 길
외려
가슴에 가득 담아 간다.
*** 귀퉁이 : 사물이나 마음의 한 구석이나 부분.
*** 외려 : 오히려의 준말
*** client [kláiənt] : 의뢰인, 고객, 사회복지사의 도움이 필요한 대상을 일컬음.
-------------------------------------------------------------------------------------------------------
달님께 드리는 기도
心仙 李光民
하늘은 온통 푸른 비단이다.
서슬 파란 한(恨)을 품던
눈부신 희망을 보듬던
그 달님일까?
바람소리 들리는
고요함을 놓칠세라
꼬옥 잡은 손
물 주듯 말해보고
바람 주듯 쓰다듬고
햇빛 주듯 달빛에 선보인 소망
너와 나
희미한 점일지라도
스며들고 싶은 간절함
---------------------------------------------------------------------
이어폰 (듣지만 들리지 않는)
心仙 李光民
목을 휘감는 줄 동굴 속에 꼬옥 숨어있다 주인님의 몸 속을 파고들어 그에게만 그만을 위한 온 몸을 바치는 너 ---------------------------------------------------------------------------- 맑은 빛 心仙 李光民 양광이 후백을 모신 식당 붉은 듯 보랏빛으로 보이는 한 접시 보는 것조차 낯설어 눈길조차 멈췄다 시선을 두지 못하고 마음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니 있으나 보이지 않았다. 어린 닭 한 마리 내 앞에 다리를 꼬고 누워있고 두 시간 전부터 요동치던 배꼽시계는 냄새만으로도 솟아나는 침을 어쩌지 못해 16골을 메운다. 시디 신 김치, 그저 그런 맛의 깍두기 젓가락이 들리다 말고 누워버린다 닝닝한 맛에 온 몸이 굳어진다. 푸르뎅뎅한 고추 하나 집어드니 “매울 거예요.” 경계심 갖게 해 주신 후백의 말씀에 더 도전하고픈 어쭙잖은 치기로 베어 문다 파르륵 팟 1만 스코빌이 입안을 감싼다 화끈한 맛 제대로 보여준 청양고추 덕분에 얼얼함이 모든 감각을 잠재워 울렁이던 속을 잠재운다 커진 눈 공중을 떠도는 혀 밀려오는 썰물같은 후회 길 잃은 아이마냥 헤매일 때 삶의 진리를 깨닫지 못한 중생을 깨우쳐 주는 큰스님처럼 시인이 먼저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에 뒤를 돌아다 본다. 후백이 계시기에 시인의 마음이 눈이 영혼이 더 맑아진다. 스코빌 스케일(영어: Scoville scale)은 고추류의 매운 정도를 나타내어 준다. 스코빌 단위(영어: Scoville Heat Unit 스코빌 매움 단위, SHU)의 값이 높을수록 캅사이신의 함량이 높아 매운 맛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