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 시의 세계
하느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김수환 추기경님
하느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 앞에 서야 할 그 시간에 제가 바로 서 있을 수 있게 저를 잡아주십시오.
시편139편의 말씀대로 제가 비록 당신 면전을 떠나 새벽 날개를 빌려 바다끝에 가 있더라도
당신의 오른팔이 잡아 주시리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주님 저는 사실 보다시피 미약합니다.
덕도 없고 믿음도 약합니다.
누구보다도 주님은 저를 잘 아십니다.
저 자신보다 저에게 더 가까이 계시는 분입니다.
주님, 저를 받아 주십시오. 당신께 저 자신을 온전히 바치게 하여 주십시오.
당신께 가서 영원히 당신과 함께 쉬게 하여 주십시오.
참사랑은 감정적 느낌이 아닙니다.
누구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참 사랑은 상대방의 기쁨은 물론
서러움, 번민, 고통까지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잘못이나 단점까지 다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그의 마음 속 어둠까지 받아들이고 끝내는 그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것이 참 사랑입니다.
아침이면 태양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별을 볼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 깨어날 수 있는 나는 행복합니다.
꽃이랑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과,
아가의 옹알거림과 자연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와,
사랑한다는 말을 할수 있는 입과
기쁨과 슬픔과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남의 아픔을 같이 아파해 줄 수 있는 가슴을 가진
나는 행복합니다.
내가 원치 않는 사람, 심지어 나를 미워한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그런 사람도 얼머든지 품어 안을 수 있습니다.
아니, 품어 안아야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병은 '인간 소외'입니다.
의학이 발달해서 이젠 백혈병도 고치고, 나병도 고칩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깊게 하는 소외병은
무엇으로 고칠 수 있겠습니까?
오직 사랑만이 그 병을 고칠 수 있습니다.
오만과 탐욕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생명까지 파괴합니다.
인간 생명의 파괴는 모든 가치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가치관이나 가르침도
생명외경이라는 기초를 무시하고
존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밤에 그리스도가 다시 오신다면
결코 환락의 거리는 아닐 것입니다.
명동처럼 불야성을 이룬 번화가도 아닐 것입니다.
필연코 저 가난한 달동네이거나 두메산골,
아니면 병원이나 감옥처럼 구원을 갈망하며
마음속 깊이 흐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그리스도는 오실 것입니다.
누가 나에게 예수님을 뵌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보았다거나 만났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내안에 계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계십니다.
침묵 속에서 일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