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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43
나는 열린책
나를 다 읽지도 못하는 당신
내 온몸 발가벗겨 자꾸만 만지작거리네요
거칠게 벗겨낸 은박지처럼
구겨진 얼굴로
내 몸에 기어 다니는 작디작은 벌레들처럼
따라나니네요
베개에 얼굴 묻은 채 울고 있네요.
나는 열린 책
검은 구름위로
온종일 뜨고 내리는 헐거워진 마음
어깨를 짓누를 뿐이에요
그 어깨들 사이로 인정사정없이 들쑤시는
작은 벌레들
깊은 고랑 친 둗덕 사이로
내 몸의 경계 허물어버리네요
나는 열린 책
행간 오르내리며
자간을 꿰매는 질주 시작되면
긴 어둠 뚫는 횃불처럼
이윽고
당신의 울음 잦아드네요.
한선향 선생님의 시집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