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떠나 보내는 강가엔

...................................................................................

                                                성 춘 복

나를 떠나 보내는 강가엔
흐트러진 강줄기를 따라 하늘이 지쳐간다.

어둠에 밀렸던 가슴
바람에 휘몰리면
강을 따라 하늘도 잇대어
펄럭일 듯한 나래 같다지만

나를 떠나 보내는 언덕엔
하늘과 강 사이를 거슬러
허우적이며 가슴을 딛고 일어서는
내게만 들리는 저 소리는 무언가

밤마다 찢겼던 고뇌의 옷깃들이
이제는 더 알 것도 없는 아늑한 기슭의
검소한 차림에 쓸리워
들뜸도 없는 걸음걸이로
거슬러 오르는 게 아니면

강물에 흘렸던 마음이
모든 것을 침묵케 하는 다음 마음의 상여로
입김 가득 찬 스스로의 동혈을 지향하고
아픔을 참고 피를 쏟으며
나를 떠나 보내는 강으로 이끌리워
되살아 오르는 게 아닌가.

강 너머엔
강과 하늘로 어울린
또 하나의 내가 소리치며
짙은 어둠의 그림자로 비쳐간다.



      
* 시낭송가협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1-07 14:46)
번호
제목
글쓴이
17 사람 12/ 성기조
관리자
2019-01-27 380
16 서해안 / 이근배
관리자
2019-05-23 380
15 국 물 / 신달자
관리자
2019-05-23 461
14 너를 위한 노래1 / 신달자
관리자
2019-05-23 509
13 꽃이 내게로 와서 / 이근배
관리자
2019-05-28 628
12 살다가 보면 / 이근배
관리자
2019-05-28 661
11 사랑의 피안 / 이근배
관리자
2019-05-28 509
10 가을 / 유안진
관리자
2019-05-28 651
9 헌화가 / 신달자
관리자
2019-05-28 510
8 무명전사의 무덤앞에 / 노천명
관리자
2019-06-07 449
7 산에서 / 성기조
관리자
2019-08-27 495
6 시의 왕국 / 김문중
관리자
2019-11-15 469
5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관리자
2022-09-30 200
4 그날이 오면 / 심훈(沈薰)
관리자
2022-09-30 357
3 서울의 어머니/이근배
관리자
2023-11-26 123
2 생(生)의 목표(目標) /이해인
관리자
2024-02-25 83
1 한글 나라 높이 올릴 빛 기둥을 세웠어라 /이근배
관리자
2024-02-25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