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김영곤
연한 줄기 꺾어
입에 넣고 씹던 시절
찔레나무 성났지
미운 손길 혼내려
가시 촘촘히 세우고
아무도 꺽지 말라며
매달아 논 하얀 꽃
나를 밀어 젖힌
짝사랑의 얼굴
눈동자 그대로 닮아
가슴 찡하게 한다
꽃잎에 써 있는
깨알 같은 사연
미련은 하나의 추억
곱게 지우라 한다
세월이 가도
더 또렷이 영인되는
찔레꽃 닮은 댕기머리
지금 어디에 서 있나
꽃잎에 앉아
입맞춤하는 나비
내 열린 가슴 보고
날아가 날아가 입 열고
멍들어 있는 가슴
읽어주라 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