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아버지
황금찬
소나무는 사람의 성품을
사람만큼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소나무를
친구중의 친구로
사귀고 계셨다
혼자 외로우실 때
소나무숲을 찾아가신다
작은 초막을 세우고
그곳에서 열흘이고 보름
소나무와 같이
생활하다 오신다.
가족에겐 못할 말이 있어도
소나무 친구에겐
못할 말이 없다
옛 사람들이 살던집은
소나무와 흙으로만 지었는데
그 두 가지가
사는 이의 성품을 닮았기 때문이다.
친구 사이에도
금이가는 일이 있지만
소나무와의 우정에는
진실이 있을 뿐이다.